신청서 모으기 선두주자 이인제 후보의 경우는 제주에서 2만 5천 여명, 울산에서 2만3천 여명의 신청서를 모아 넣었으며, 특히 광주에서는 전체 10만 5천 여명의 절반인 5만 3천 여명이 이 후보측의 권유에 따라 신청한 것이라고 자체 집계하고 있다.
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? 이는 한마디로 말해 조직과 돈이 판을 치던 구악 정치시대의 전형적 패턴으로 지극히 우려되는 일이라 할 것이다. 알다시피 민주당의 일반국민 선거인단 공모제는 앞서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내놓은 뒤, 당이 스스로 일어서기를 하자며 정당 개혁의 일환으로 공천 상향제를 채택키로 해 마련된 제도이다.
그런데 이것이 일부의 당초 우려대로 '조직과 돈'의 효용 범위를 '대의원'에서 '대의원+일반공모 선거인단'으로 확대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. 이 1차 책임은 신청서 몰이 선두주자인 이인제 후보에게 있다고 우리는 단언한다. 이 후보처럼 대통령 선거 '재수생'이 아니고는 감히 엄두도 못 낼 그런 규모의 정치 구태이기 때문이다.
'재수생'이라는 말이 나왔으니, 또 한 마디 해야겠다. 우리나라에는 근자에 '재수생 아니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'는 공식이라도 마련 된 것 같다.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수생이요, 김대중 현 대통령은 무려 4수생...이번에 이인제 후보가 재수생의 '조직과 돈' 그리고 '인지도'(認知度) 이점을 타고 후보 경선에 이기면, 한나라당의 대선 재수생인 이회창 총재와 또 한번 맞붙게 된다.
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대선은 시대가 바뀌건 말건, '재수생이 아니면 안 된다'는 결론이다. 이건 우리 겨레의 앞날에 치명상일 수도 있다. 새 시대 새 인물, 21세기를 이끌어 갈 '국가 경영능력이 있는 지도자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막기 때문이다. 그 동안의 여론조사 결과 많은 국민은 이번 대선에서 경제를 잘 아는 '경제 대통령' 'CEO 대통령'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.
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시대적 세몰이 정치인이 조직과 돈으로 선거 판을 휘젓는다면 '제왕적 대통령 출현'의 길을 막을 길 또한 없다. 여러 곳의 분석 결과 이인제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 후보 이회창 총재에게 '확실히 패배할 후보로 지목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.
이래서는 안 된다. 우리 국민이, 현명한 선거인단 유권자들이 이 재래의 '타락 선거 방정식'을 깨고 진정 이 나라가 요구하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. 길은 있다. 이번에 각 후보들이 모은 신청서 분포대로 경선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조짐은 신청서 요구에 마지못해 응한 '중복 허수'의 거품이 많았다는데서 입증된다.
요컨대 일반국민 선거인단이 사소한 연고나 하잘 것 없는 이해(利害)에 얽매이지 말고, 새시대의 소명의식을 갖고 애국하는 마음으로 '이유 있는 이 사람 '을 선택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하는 것이다. 그래야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있기에 말이다.